3년 전쯤 일본에 장기 출장을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타지 생활이라 휴일에는 집에서 푹 쉬며 일본식 시티팝을 들려놓고
셰리 위스키나 버번 위스키를 홀짝이곤 했죠.
그 중 가성비 최고라고 생각 되는 것은 올드 그랜대드 114였습니다.
가성비가 좋은 위스키라 그런지, 고전적인 버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인기가 있더군요.병 모양은 솔직히 세련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묵직한 할아버지 얼굴 일러스트 뒤로 새겨진
114라는 숫자가 이상하게도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죠.
당시 샴드뱅 샵에서 도수 대비 괜찮은 가격에 팔고 있었는데
제 기억으로는 할인까지 받아서 약 2,500엔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올드 그랜드 대드114 테이스팅 노트 맛, 향. 피니쉬 - 테이스팅 노트
코를 가까이 대면 알싸한 라이의 존재감이 먼저 치고 들어옵니다.
이어서 체리 같은 핵과류의 달큰함과 바닐라가 은은하게 퍼지고 난 이후
살짝 스치는 아세톤 터치에 견과류의 고소함이 묘하게 어울립니다.
허브 계열의 스파이시함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향 자체는 생각보다 꽤 매력적이고 고전적인 버번의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첫 모금은 풀 향과 견과류의 느끼한 질감으로 시작합니다.
바닐라와 카라멜, 태운 오크가 곧바로 따라옵니다.
그 안에서 가죽과 향신료가 겹치면서 강한 쌉싸래함을 남는 편입니다.
도수가 57도임에도 의외로 부드럽게 넘어가고 기름진 바디감은 약합니다.
바질 헤이든의 매운 스파이스 느낌을 닮았지만
동시에 이거 꽤 쓰다라는 인상이 강하게 다가옵니다.
고전적인 버번의 느낌이 강해요
피니시는 솔직히 짧습니다.
바닐라와 태운 오크, 견과류의 고소한 뉘앙스가 잠시 머물지만 곧 쓴맛이 입안을 장악해 버립니다.
높은 도수에 비해 여운은 금방 사라집니다.
다만 단맛이 살짝 남아 쓰디쓴 마무리를 완전히 거칠게만 느껴지지 않게 해줍니다.
올드 그랜드 대드114 리뷰 - 총평
이 위스키는 확실히 에어링이 답입니다. 뚜따해서 바로 마시면 그냥 쓴맛이 먼저 확 치고 들어와서 좀 밋밋하다 싶을 수 있는데, 잔에서 빡세게 돌려주면 갑자기 땅콩버터 같은 고소한 향이 터집니다.
그 순간부터 술이 확 살아나요. 웃긴 건, 에어링을 안 하고 마시면 그 견과류 느낌이 잔 비울 때쯤 돼서야 슬쩍 올라온다는 거죠.가격대는 일본이나 면세점 기준으로 보통 2~4만 원 정도였고, 남던에서는 대략 10~12만 원 선에서 형성돼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올드 그랜대드가 짐빔 계열 브랜드라서 이름값은 있지만, 국내에 정식 수입될 일은 잘 없을 듯합니다.그래서 더더욱 해외에서 싸게 구하면 “땅콩술”로 부담 없이 마실 만한 버번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을 뜯어보면 라이 위스키의 느낌이 뚜렷합니다.체리나 아몬드 같은 핵과류 향, 라이 특유의 풀내음, 강한 바닐라, 그리고 약간의 아세톤이 처음부터 확 다가옵니다.
마시면서 떠올랐던 건 포로싱배(Old Forester Signature)였습니다.민트향이나 강한 아세톤, 사과 같은 과실향은 빠지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꽤 비슷했어요.
차이를 꼽자면 올드 그랜대드 114는 바닐라가 더 진하고, 아세톤 향도 거부감이 적다는 점. 결국 라이스러운 풀향과 핵과류 과실향, 그리고 고소함에서 두 술이 닮아 있었습니다.
올드 그랜드 대드114 추천 안주 4가지
추천 안주 | 설명 | 어울리는 이유 |
---|---|---|
바비큐 폭립 | 달콤짭짤한 소스에 훈연향 입힌 돼지갈비 | 버번의 바닐라·태운 오크 풍미와 잘 어울리고, 쓴맛을 단짠으로 눌러줌 |
다크 초콜릿 (카카오 70% 이상) | 단맛 적고 쌉싸래한 초콜릿 | 위스키의 쓴맛과 은근한 단맛 잔향을 조화롭게 살려줌 |
연어 샐러드 | 신선한 연어와 상큼한 드레싱 | 버번의 묵직한 스파이시함을 산뜻하게 잡아주며 입안을 리프레시 |
새우튀김 | 바삭한 튀김옷과 고소한 새우살 | 위스키의 고소·스파이시 노트와 조화롭고, 고도수의 씁쓸함을 중화시킴 |
올드 그랜드 대드114와 비슷한 라인업의 위스키
올드 그랜대드 114를 좋아하신다면, 비슷한 스타일의 버번으로는 러셀 싱글 배럴, 에반 윌리엄스 싱글 배럴, 엘라이자 크레이그 스몰 배치, 콜로넬 E.H. 테일러 스몰 배치, 잭 다니엘 싱글 배럴 라이 이런식으로 밸런스가 잘잡힌 버번 위스키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러셀 싱글 배럴
라이 특유의 알싸함과 함께 과일 향이 은은하게 올라와 스파이시함이 강하지만 밸런스가 좋습니다. - 에반 윌리엄스 싱글 배럴
바닐라와 캐러멜 풍미가 강해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면서, 올드 그랜대드 114와 비슷한 고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엘라이자 크레이그 스몰 배치
태운 오크 향과 바닐라, 약간의 스파이스가 잘 조화되어, 도수 대비 마시기 편하면서도 깊이가 있습니다. - 콜로넬 E.H. 테일러 스몰 배치
단단한 바디와 스파이시함이 중심이지만, 달콤함과 고소함이 뒤를 받쳐주어 밸런스가 뛰어납니다. - 잭 다니엘 싱글 배럴 라이
특유의 라이 스파이시와 달콤함, 오크 향이 적절히 섞여 있어, 라이 기반 올드 그랜대드 114와 캐릭터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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