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올드 세인트 닉 12년 호불호가 심하다는 소문이 있어서 그런지 꽤나 독특한 편입니다.
병 라벨에는 버번이라고 적혀있지만, 실제 맛은 거의 라이 위스키에 가깝더군요.
마치 버번과 라이를 따로 숙성한 뒤 섞은 듯한 느낌이랄까요.
특이하게도 이 브랜드에서 나오는 라이 위스키는 되려 밀버번 같은 맛을 내기도 합니다.
고숙성이 아니면 라이가 더 낫다는 평을 듣는 게 이해가 갔습니다.
실제로 제가 마셔본 12년도 고숙성 라이보다는 젊은 라이 위스키의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전반적으로 맛은 부드럽고 나름의 복합미도 갖추고 있었지만, 약 2만 엔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특색이 뚜렷한 위스키’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인트 닉보다는 노아스 밀, 그리고 그 위에 윌렛 라이를 더 선호하는 순서였네요.
흥미롭게도 라이 위스키임에도 불구하고 스카치를 마시는 듯한 분위기도 느껴졌고, 전형적인 묵직하고 달콤한 버번과는 상당히 다른 개성을 보여줬습니다.
향과 피니시는 인상적이었지만, 맛 자체는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수 있는 위스키라는 생각이 듭니다.
베리 올드 세인트 닉 12년 맛, 향, 피니쉬 - 테이스팅 노트
12년 버번으로는 색상이 다소 옅은 편이다. 은은한 호박빛을 띠며 깊은 숙성감을 주는 색감은 아니다. 인공색상은 넣지 않은듯 넣은게 이색이면.. 좀..
베리 올드 세인트 닉 12년 향 - Nose - 땅콩 부즈
부즈감은 거의 없지만 아세톤의 자극이 느껴진다.
카라멜의 단향이 먼저 다가오며 민트의 화함과 풀 내음이 함께 올라온다.
바닐라가 더해져 덜 익은 바나나 껍질 같은 뉘앙스를 만들고, 챠링된 오크 향이 단맛과 섞여 있다.
오렌지 사탕 같은 은은한 시트러스가 뒤따르며, 땅콩&아몬드 등 특정하기 어려운 견과류의 고소함과 더불어 크리미한 향 또한 두드러진다
베리 올드 세인트 닉 12년 맛 - Palate - 드라이한 매움
입 안에서는 바닐라와 바나나 껍질 같은 풋풋한 풀향이 강하게 퍼진다.
카라멜의 단맛이 먼저 올라오지만 곧 챠링된 오크의 쌉싸름함에 눌린다.
이후 시나몬과 후추의 스파이스가 혀를 자극하는 편
오렌지가 크리미한 질감과 합쳐져 오렌지크림 같은 뉘앙스를 만든다.
건초와 허브향이 더해지고, 호두 같은 고소함이 남는다.
단맛은 강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드라이한 인상이 크다.
베리 올드 세인트 닉 12년 여운 - Finish - 허브
은은하게 이어지는 긴 피니쉬
바닐라와 시트러스가 부드럽게 이어지고, 민트와 허브 뉘앙스가 은은하게 남는다.
시나몬의 스파이스는 맛에서보다 약하게 퍼지고, 챠링된 오크의 쌉싸름함이 입안을 정리한다.
카라멜의 단맛은 미약하게 남으며, 혀에는 드라이한 여운이 지속된다.
베리 올드 세인트 닉 12년 총평 - 리뷰
예전 KBD 소싱 제품은 괜찮은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 Resurrection 이라는 문구가 붙어 나온 제품은 미국 Preservation 증류소에서 소싱해 판매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맛을 비교하자면 와일드 터키 12에서 체리향을 제거하고, 한층 부드럽게 다듬은 듯한 느낌입니다.
바닐라 뉘앙스는 SBBS 계열과 닮아 있어 설명이 애매한 부분도 있습니다.
균형을 조금만 놓쳤다면 어긋날 수도 있었겠지만, 의외로 조화를 잘 이루어냈습니다.
마실 때는 순간적인 타격감이 입안을 살짝 아리게 만들지만, 위스키 자체만 놓고 보면 충분히 맛있고 매력적입니다. 다만 도수 덕분인지 타격감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강한 맛이 부담스러운 날에는 오히려 버팔로 트레이스처럼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데일리 위스키로 제격입니다.
2024년 기준 베리 올드 세인트닉 & 비슷한 라인업 위스키 입고 가격
| 제품명 | 정식 병 가격 | 시음부 가격 |
|---|---|---|
| VOSN 베리올드세인트닉 에이션트캐스크 15 이마큘라타 | 799,000원 | 40,000원 |
| VOSN 베리올드세인트닉 썸머라이 | 625,000원 | 31,000원 |
| VOSN 베리올드세인트닉 윈터라이 | 654,000원 | 33,000원 |
| VOSN 베리올드세인트닉 에이션트캐스크 훼이스앤컨빅션 | 654,000원 | 33,000원 |
| 올드맨윈터 | 523,000원 | 26,000원 |
| 레어퍼펙션 14Y | 552,000원 | 28,000원 |
| 레어퍼펙션 15Y | 654,000원 | 33,000원 |
| 와티분앤선즈 | 392,000원 | 19,000원 |
베리 올드 세인트 닉 12년 추천 안주 3가지
버번 위스키에는 크게 두 가지 타입의 안주가 잘 어울립니다. 하나는 조금 느끼하고 크리미한 쪽이고, 다른 하나는 담백한 쪽입니다.
먼저 느끼한 쪽을 말씀드리자면, 교촌치킨 허니콤보가 정말 잘 어울립니다.
짭짤하면서 달콤하고 기름진 맛이 위스키의 알싸한 풍미와 대비되어 의외로 균형이 잘 맞습니다. 또한 도미노 피자의 블랙 슈림프 타이거도 추천드릴 만합니다.
피자는 일반적으로 다양한 술과 잘 어울리지만, 이 라이 위스키와 함께하면 치즈와 해산물의 풍미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입맛을 풍성하게 해줍니다.
반대로 담백한 느낌을 원하신다면 곰탕이 의외로 좋습니다. 밥을 말아 먹는 것이 아니라, 위스키 한 잔과 함께 입안을 리프레시하는 용도로 곁들이면 위스키의 향과 맛이 더 깔끔하게 살아납니다.
국물이 싫다면 대게도 좋아요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라이 위스키의 스파이시한 풍미를 부드럽게 잡아주어 더욱 편안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