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 수이진 상에서 찍은 이미지
- Suntory Suijin -

진과 위스키는 애초에 기준선이 다르지만, 산토리의 수이진은 생각보다 괜찮은 인상을 남깁니다. 

국내 판매가가 4만 원 선인데, 이 가격대라면 드라이 진 계열에서 가성비 Top 5 안에 들 만한 수준이기도 합니다. ㅎㅎ

진 특유의 강한 쥬니퍼 베리 향이 두드러지지는 않고, 대신 유자나 귤껍질 같은 은은한 시트러스가 그 빈자리를 채워줍니다.



영국 진들이 각종 보태니컬 향이 혓바닥 위에서 한껏 퍼지는 느낌이라면, 수이진은 훨씬 차분합니다. 마치 일본 다다미방에서 조용히 다도를 즐기는 듯한 점잖은 조화로움이 느껴집니다. 

일본 현지에서는 1500엔 정도로 살 수 있는 술이 한국에서는 4만 원에 팔리지만, 그래도 이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매력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청량감이 살아 있으면서도 봄베이보다 한결 부드러운 질감이 돋보여, 니트로 마셔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진이라는 점이 강점이지요.



목차

산토리 수이진 맛, 향, 피니쉬 - 테이스팅 노트



비온 뒤 느껴지는 풀잎의 시트러스한 향기


산토리 수이진 향 - Nose 

잔에 코를 대면 가장 먼저 소나무 특유의 솔 향이 상쾌하게 퍼집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진에서 기대하는 레몬이나 오렌지보다는 훨씬 더 강한 유자 향이 중심을 잡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순간적으로 목욕탕에서 풍기는 남성 스킨 같은 느낌이 스쳐 지나가는데...

이게 또 의외로 시트러스와 잘 어울려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냅니다.







진과 위스키의 청량함을 표현한 이미지


산토리 수이진 맛 - Palate 

입에 머금으면 첫인상은 생각보다 밍밍하고 부드럽습니다. 

진의 기본인 주니퍼 베리와 은은한 솔 향은 바탕처럼 깔려 있었음.

그 위로 유자와 귤, 레몬필 같은 시트러스가 확실히 드러나면서 산뜻하게 밀고 올라옵니다. 


영국 진 특유의 화려한 보태니컬 잔치 같은 느낌은 아니였습니다.

훨씬 차분하고 정돈된 맛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잔잔한 피니쉬를 연상 시켜주는 이미지


산토리 수이진 피니쉬 - Finish 

마무리에서는 레몬필을 살짝 씹은 듯한 시트러스의 잔향이 입안 가득 남습니다. 

혀 전체에 유자와 레몬필이 주는 산뜻한 씁쓸함이 번지는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가볍고 산뜻하게 끝나서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니트로 즐겨도 거슬리지 않으며

오히려 한 병쯤은 무난히 비울 수 있을 만큼 편안한 마무리를 보여줍니다.



산토리 수이진 총평 - 진토닉 후기

산토리 수이진 확대 이미지 3개

산토리 수이진으로 하이볼을 만들어 마셔봤는데, 확실히 토닉워터를 쓰느냐, 그냥 탄산수를 쓰느냐에 따라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더군요. 

처음엔 무난하게 진로 토닉을 섞어서 마셔봤습니다. 단맛이 살짝 들어가니까 수이진 특유의 유자향이 부드럽게 감싸주면서 부담 없는 청량감을 주더라구요. 

아, 이건 딱 기본 진토닉 느낌이구나 싶었죠.




산토리 수이진 대표 이미지 4개


그래서 싱하 탄산수로도 한 번 만들어봤습니다.

- 싱하 탄산수란?

확실히 토닉워터에 비해 훨씬 깔끔해요. 가당된 맛이 없다 보니 수이진 자체의 캐릭터가 더 또렷하게 드러나는데, 유자 특유의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탄산과 어우러져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히려 진짜 일본식 수이진 하이볼에 가까운 느낌이랄까요. 한 모금 넘길 때마다 레몬필과 유자가 톡톡 치고 올라오면서, 단맛 없이도 산뜻하게 이어지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물론 수이진이 기본적으로 향이 강한 편이라 양을 많이 잡으면 금세 질릴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0ml 정도만 베이스로 쓰는 게 딱 적당했습니다. 

진을 강조하느냐, 아니면 청량감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토닉이냐 탄산수냐를 선택하면 되겠지만, 저는 확실히 싱하 같은 플레인 탄산수가 더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수이진 특유의 점잖은 유자 향이 군더더기 없이 살아나는 게 좋았거든요.


수이진은 맛있는 진보다는 깔끔하게 향을 즐기는 진에 가까워서, 오히려 토닉보다는 그냥 탄산수로 마셨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부담 없이 마시기 좋고, 니트로도 크게 거슬리지 않아 어느 쪽으로든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매력적인 술이에요.

진토닉 하이볼에 관하여


사실 일본 쪽에서 위스키처럼 하이볼 문화에 맞춰 내놓은 진들을 그렇게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수이진인데, 얘는 원래 일본 바 전용으로 기획된 술이에요. ‘위스키 하이볼이 잘 팔리는데, 진으로도 같은 느낌을 낼 수 없을까?’ 하다가 탄생한 거죠.


재밌는 게, 일본 진들은 쓸 수 있는 보태니컬 종류가 법적으로 제한이 훨씬 적습니다. 그래서 유자나 시소 같은 아시아 재료들을 자유롭게 쓰는데, 이게 영국 진과의 가장 큰 차이예요. 

그래서 키노비 같은 경우는 쌀 증류주를 베이스로 쓰고, 일본 차(교쿠로, 센차)까지 보태니컬로 넣습니다.

산토리 수이진 추천 안주 4가지

수이진은 기본적으로 청량하고 유자 시트러스 향이 강하다 보니까, 안주를 고를 때도 너무 무겁거나 향이 과한 것보다는 깔끔하게 밸런스를 맞춰줄 수 있는 게 잘 어울리더라구요.


BHC 맛쵸킹

달콤하면서 살짝 매콤한 양념이 수이진의 상쾌한 시트러스랑 부딪히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더 끌어올려주는 느낌이 납니다. 

튀김옷이 바삭한데다가 양념이 진득하다 보니, 수이진의 깔끔함이 입안을 한 번 씻어주는 역할을 해요.



고르곤졸라 피자에 낙지볶음

고르곤졸라의 고소하고 달큰한 풍미에 낙지볶음의 매콤한 맛이 겹쳐지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데, 수이진이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덕분에 꽤 잘 어울립니다. 

치즈와 매운맛, 그리고 유자 시트러스가 삼각 구도를 만드는 셈이죠.



CU나 GS 편의점에서 파는 달콤한 맛이 나는 믹스 견과류

수이진이 워낙 밍밍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편이라, 견과류의 단짠 단맛이 술의 개성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은근한 궁합을 보여줍니다.



가라아게 같은 부드러운 식감의 튀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닭고기 튀김이 수이진의 유자 향과 만났을 때, 딱 일본 이자카야 느낌이 납니다. 특히 가라아게처럼 과하지 않은 튀김류가 수이진의 담백한 매력을 가장 잘 살려주는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