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필러스 블러디 쉬라즈 진 방에서 찍은 이미지


진 하면 떠오르는 건 보통 도수 센 칵테일 베이스 술이라는 이미지일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맛 본 포 필라스 블러디 쉬라즈 진은 그 고정관념을 조금 흔들어 주더군요. 


알코올 37.8%라는 수치만 보면 여전히 강한 술 같지만, 향과 맛은 꽤나 독특합니다. 

첫 향부터 솔잎처럼 시원한 주니퍼 향이 퍼지고, 한 모금 머금으면 포도에서 비롯된 은은한 단맛과 살짝의 씁쓸함이 동시에 올라오죠. 

인위적인 첨가물이 아닌, 오롯이 자연에서 나온 맛이라니 더 궁금해지지 않으십니까?





목차

포 필라스 - 블러디 쉬라즈 진 맛, 향, 피니쉬 테이스팅 노트



상큼한 라즈베리 케익을 먹는 모습


포 필라스 - 블러디 쉬라즈 진 향 (Nose)

잔에 코를 가까이 대자마자 진답게 시원한 쥬니퍼 베리 향이 먼저 반겨줍니다. 

그런데 잠시 뒤, 은근히 숨어 있던 포도 향이 확 치고 올라오더라구요. 

단순히 가벼운 과일향이 아니라, 마치 농밀한 포도즙 같은 진득함이 느껴집니다. 

거기에 카시스를 연상시키는 달콤쌉싸름한 베리향도 살짝 깔려 있어서 향만으로도 벌써 풍성한 인상을 줍니다. 

마지막엔 박하 같은 청량한 뉘앙스가 은근히 남아서 코끝이 시원해지는 느낌까지 있네요.






냠냠 맛있게 먹는 여주인공


포 필라스 - 블러디 쉬라즈 진 맛 (Palate)

첫 모금은 예상대로 달콤한 포도가 주인공이에요. 

진이라기보다는 순간적으로 포도주스? 싶을 만큼 달달하게 입안을 채웁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얼음을 조금 녹여가며 마시다 보면 점점 쥬니퍼 베리와 허브 향이 고개를 내민다는 거예요. 

처음엔 달콤함이 압도하지만, 두세 모금째부터는 진 특유의 허브향과 포도의 달달함이 섞이면서 꽤 복합적인 매력을 보여줍니다. 

질감은 부드럽고 매끈해서 술술 넘어가는데, 피니쉬에는 은근한 씁쓸함이 남아 밸런스를 잡아주네요.






잔잔한 마무리


포 필라스 - 블러디 쉬라즈 진 피니쉬

마신 뒤에는 포도의 달콤함이 가장 먼저 여운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그 끝자락에 은근한 쌉싸름함이 따라오면서 달달함을 잘 잡아주더군요. 

혀끝에 남는 허브와 베리의 조화가 꽤 길게 이어져서, 마시고 난 뒤에도 입안이 한동안 향긋하게 머물렀습니다. 

부담스럽게 무겁지 않으면서도 진의 캐릭터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마무리였어요.

포 필라스 - 블러디 쉬라즈 진 총평 - 후기 및 리뷰

포 필라스 블러디 쉬라즈 대표 이미지 4개


첫 모금에 든 생각은 솔직히 이거 포도즙 아니야?였습니다. 

마치 집 냉장고 구석에서 꺼낸 오래된 포도즙 같은, 묘하게 진득한 단맛이 확 치고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엔 제 취향은 아니었는데, 얼음을 살살 녹여가며 마시다 보니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단맛 뒤에서 주니퍼베리와 허브향이 차근차근 올라오면서

아 이게 진이구나 싶은 순간이 찾아오더군요.

재밌는 건 이미 술 자체가 달달한 편이라 칵테일 베이스로 쓰기에 부담이 적다는 점이에요. 

토닉워터보다는 오히려 탄산수랑 섞었을 때 더 깔끔하게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와인 같은 과일향을 좋아하는 분이나, 진 특유의 허브향을 즐기는 분이라면 꽤 흥미롭게 다가올 술일 거예요.




포 필라스는 늘 그렇듯, 병 디자인부터 네이밍 센스까지 디테일이 참 기가 막힙니다. 

정말 “술 하나 제대로 잘 만든다”는 인상을 또 한 번 줬어요. 다만 개인적으로 첫맛은 제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습니다만...

그 뒤에 찾아오는 복합적인 매력 때문에 결국엔 꽤 즐겁게 마실 수 있었던 한 잔이었습니다.

포 필라스 - 블러디 쉬라즈 진 추천 안주 4가지

추천 안주 특징 블러디 쉬라즈 진과의 매칭 포인트
양념치킨 (순한 양념) 달콤하면서 살짝 매콤 진의 포도 단맛과 양념의 단짠 매운맛이 조화롭게 어울림
오징어 숙회 + 초장 담백하고 쫄깃한 식감 달콤한 진과 초장의 새콤함이 상반된 매력을 만들어 줌
해물파전 기름지고 바삭한 식감 허브향이 기름진 맛을 잡아주고, 달콤한 진이 느끼함을 중화
과일 안주 (포도·배·감) 한국식 전통 술안주 스타일 술 속 포도향과 과일 단맛이 자연스럽게 이어짐

진 위스키가 호불하 갈리는 이유

희석식 소주는 달달하고 저렴한 맛으로 그냥 편하게 즐길 수 있고,

보드카는 무색무취라 도수 센 소주 느낌으로 먹게 되더라고요. 

럼은 달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어서 기분 좋게 마시고, 위스키는 말할 것도 없이 제 최애 술입니다. 

브랜디는 솔직히 비싸서 잘 손이 안 가고

와인은 도수가 낮아서 무난하게 즐길 수 있고, 맥주는 그냥 맛있어요.



근데 진은 좀 다릅니다.

 솔의 눈처럼 시원한 향이 확 올라오는데, 스트레이트로 들이키기는 쉽지 않아요. 

라모스 진 피즈처럼 칵테일로 만들어서 마시면 훨씬 부드럽고 즐겁게 마실 수 있죠. 

다른 술들은 단독으로도 즐길 수 있는데, 진은 뭔가 섞어야 제 맛이 살아나는 술이라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혼자 마시기보다는 칵테일로 활용하는 게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