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위스키 가격 참 오르긴 많이 올랐죠. 야마자키나 하쿠슈 같은 애들은 그래도 "아, 이 정도면 그럴 수도 있지" 싶은 맛이 있어서 어느 정도 납득은 되는데...
히비키 하모니는 솔직히 좀 갸우뚱하게 만드는 녀석입니다.
ABV 43%, 숙성 표기는 없는 NAS 블렌디드 위스키고요. 병 디자인은 참 예뻐요, 유리 공예 느낌도 나고 고급진 병빨 하나는 인정.
캐스크는 아메리칸 화이트 오크, 쉐리, 그리고 미즈나라까지 다양하게 써서 ‘블렌딩 정성’ 느낌은 있긴 한데..
이게 국내에서 18만 원 선이라니, 가성비 얘기만 하면 속이 좀 쓰립니다. 할인 받아도 14~15만 원 정도가 바닥인데요. 그냥 솔직히 말하면, 히비키 공병에다가 몽키 숄더 넣고 줘도 "오~ 히비키네요?" 하고 마실 사람들 많을 걸요?
NAS 블렌디드에 이 가격이라니, 진짜 품절행진이 더 기가 막힙니다..
히비키 하모니 가격은 일본 내 정가도 8250엔 정도고, 사실 만 엔도 안 되거든요. 그런데 이게 국내에선 오픈런급 대접을 받고 있으니, 참 위스키 시장이란 게 재밌으면서도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가에 사는 날이 오긴 올까요?
히비키 하모니 맛, 향 피니쉬 - 테이스팅 노트
히비키 하모니의 향은 전형적인 일본산 위스키답게 부드럽고 은은한 꿀물 향으로 시작합니다.
첫 코를 대면 아카시아 꿀을 연상케 하는 달콤하고 화사한 향이 피어오르며, 그 뒤를 따라 사과, 배 같은 잘 익은 과일 향이 산뜻하게 느껴집니다.
조금 더 들이마시면 막걸리를 떠올리게 하는 곡물향과 알코올의 살짝 날카로운 향이 어우러지며, 향긋한 바나나 같은 이미지도 잠깐 스칩니다.
일본 위스키 특유의 물떼 향이 은근하게 깔려 있고, 마무리에는 아주 미세하게 후추향이 감돌며 전체 향을 안정감 있게 마무리해줍니다.
첫 모금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단연 아카시아 꿀 같은 직관적인 단맛입니다.
야마자키나 하쿠슈가 블렌딩되었다는 배경 덕분인지, 그 계열 특유의 달콤한 인상이 강하게 다가옵니다. 43%라는 비교적 낮은 도수임에도 불구하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의외로 오일리하며 부드럽습니다.
단맛이 주를 이루지만, 점차 풀이나 허브류의 식물성 노트라고 하는게 맞겠네요. 루꼴라라는 식물의 특성상 첫맛은 좀 씁쓸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 록 오일리한 느낌을 받게 되죠.
그리고 목넘김으로 가면 허브느낌의 노트가 다가 옵니다.
피니쉬는 길지 않습니다. 목을 넘긴 직후에는 살짝 쌉쌀한 풍미가 올라오고, 혀 끝에는 풀 내음과 꿀의 잔향이 남습니다. 약간의 여름잔디를 연상케 하는 식물성 풍미가 은은하게 이어지며, 달큰한 인상이 입 안에 머뭅니다.
히비키 하모니 총평 - 리뷰 및 후기
이로써 야마자키, 하쿠슈, 히비키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위스키 3종류를 전부 경험해봤습니다. 마셔보니 확실히 ‘일본 위스키스럽다’는 공통된 특성이 있더군요. 특유의 물맛, 그리고 꿀물 같은 단맛은 세 제품 모두에서 느껴졌습니다.
다만, 그중에서 히비키 하모니는 가장 순한맛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야마자키나 하쿠슈가 입 안에서 여러 겹의 레이어를 차례차례 보여주는 타입이라면, 히비키는 한두 가지 노트가 뚜렷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복합적인 깊이나 여운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히비키 하모니만의 강점도 분명히 존재해요. 가격대가 비교적 부담 없는 편이라, 야마자키나 하쿠슈 같은 메이저 일위 제품군을 입문해보고 싶은 분들에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히비키 하모니는 그 중에서도 꿀의 단맛이 꽤 인상적입니다. 단맛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만족도가 높을 수도 있어요. 노트만 보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보이지만, 43%로 희석되어 있어서 그런지 극단적으로 튀는 오프노트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밤꽃 향이나 몰트 특유의 ‘쩐내’ 같은 요소가 거슬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향에 민감한 분들이라면, 살짝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스카치 블렌디드나 싱글 몰트 엔트리들과는 또 다른, 분명히 구분되는 특유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병 디자인이 정말 예쁩니다. 이 부분도 무시 못할 요소예요. 히비키 병 하나쯤은 집에 진열해놓고 싶은 마음이 드는 디자인이라, 그런 감성까지 포함해서 본다면 충분히 한 병쯤은 경험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히비키 하모니 추천 가성비 가격대 + 평균 가격대
분류 | 가격 | 설명 |
---|---|---|
가성비 구간 | ~13만원 이하 | 보기 드문 가격대. 이 정도면 바로 구매 추천. 가격 방어 잘 됨. |
적정가 구간 | 13만 ~ 14.5만원 | 최근 국내 시세 기준 무난한 가격. 마셔보고 싶은 사람에겐 괜찮은 선택. |
고민 구간 | 14.5만 ~ 15.5만원 | 살 수는 있지만, 그 돈이면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가격대. |
비추천 구간 | 15.5만원 이상 | 병 디자인, 브랜드 가치를 감안해도 가성비로는 아쉬운 수준. 대체 바틀 고려 추천. |
히비키 하모니의 특징 및 차별점
히비키 하모니는 히비키 시리즈 중에서 가장 가볍고 대중적인 스타일을 지닌 제품입니다. 이름 그대로, 여러 증류소의 원액이 잘 어우러져 ‘조화로운 맛’을 추구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죠.
야마자키, 하쿠슈, 치타 증류소에서 나온 원액들이 함께 블렌딩되어 부드럽고 편안한 맛을 만들어냅니다.
히비키 라인업 전체가 고급스럽고 섬세한 스타일을 지향하긴 하지만, 하모니는 그중에서도 특히 '마시기 쉬운 위스키'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복잡하고 무거운 맛보다는, 달콤한 꿀향과 은은한 꽃 향기, 산뜻한 과일 느낌이 중심을 잡고 있어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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