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저 크레이그 리뷰
버번 치고 굉장히 은은하고 우아한

주말에 약속도 펑크나고 무료하게 보내던 쉬는 날, 위스키라도 사려고 겸 이마트에 들렀습니다.

혹시 남아 있는 위스키라도 있을까 싶어 ‘위스키 런’을 해봤지만, 인기 바틀들은 전부 매진. 별다른 기대 없이 둘러보다가, 평소 눈여겨만 보던 ‘일라이저 크레이그 스몰배치’가 세일 중인 걸 발견했습니다.


사실 이 바틀은 국내에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는 편은 아니라서 늘 “언젠간 마셔보겠지” 정도였는데요, 이번엔 가격이 꽤 괜찮아서 큰 고민 없이 바로 구매해봤습니다. 막상 들고 와서 보니 병 디자인도 꽤 고급스럽고 묵직하더군요.

일라이저 크레이그는 '에반 윌리엄스'로 유명한 헤븐힐(Heaven Hill)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버번입니다. 이 스몰배치 제품은 일라이저 라인업 중에서는 가장 엔트리급에 해당하고요.


참고로 같은 브랜드에서 더 높은 등급으로는 배럴 프루프(Barrel Proof), 그리고 최근에는 트레이더스에서 판매 중인 토스티드 배럴(Toasted Barrel)도 있습니다.


목차

일라이저 크레이그 스몰배치 버번 위스키 테이스팅 노트 

일라이저 크레이그 상세 이미지


일라이저 색감과 레그색은 전형적인 버번 스타일로, 짙은 황금빛에서 갈색에 가까운 톤을 띱니다. 

잔에 따른 후 흘러내리는 레그는 가늘고 선명하며, 속도는 중간 정도. 묵직하다는 인상보다는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이 먼저 듭니다.



일라이저 크레이그 스몰배치 향
상큼한 시트러스의 향기


잔에 따르면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건 꽤 강한 아세톤 향입니다. 

이 냄새는 처음엔 자극적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잔을 10분 정도 그대로 두면 날아가면서 점점 부드럽고 달콤한 바닐라와 고소한 향이 주를 이룹니다. 

조금 더 코를 가까이 대고 향을 맡으면, 은은한 캐러멜과 비온 뒤 젖은 나무, 그리고 살짝 레몬 같은 상큼한 시트러스가 감돌아 비교적 경쾌한 느낌의 노즈를 형성합니다. 

묵직함보단 살짝 여름 느낌이 나는 가벼운 계열에 가깝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주 약간 쉰 듯한 김밥이 상할락 말락한 듯한 냄새가 스치기도 합니다.




일라이저 크레이그 스몰배치 맛
매운 음식을 먹는 여캐릭터

입에 머금자마자 후추 같은 매운맛이 먼저 치고 들어오며 혀를 살짝 얼얼하게 감쌉니다. 그 뒤를 따라 단맛과 고소한 곡물 향이 짧게 스쳐가고, 바닐라와 캐러멜이 얇게 퍼지는 구조입니다.

재단된 나무에 물을 부었을 때 나는 특유의 나무 냄새를 혀로 느끼는 듯한 경험도 함께하며, 혀 위에서 이 맛들이 붕 떠 있는 느낌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경쾌한 팔레트지만, 신맛이 미묘하게 섞여 있어 호불호는 있을 수 있습니다.

우드포드 리저브가 생각날 법한 느낌이지만, 바나나향이 확 살아나는 우드포드와는 달리 일라이저는 그보다는 더 얇고 가벼운 단맛입니다.



일라이저 크레이그 스몰배치 피니시
위스키의 생동감 있는 움직임

피니시는 예상보다 꽤 깁니다. 맨 끝에 혀 끝에 시큼함이 남아 감도는 것이 특징인데요, 그 속에서 은은하게 플로럴한 향도 잡히고, 고소한 곡물맛과 함께 버번 특유의 탄내 섞인 씁쓸함도 마무리를 장식합니다.

다 마시고 난 후 혀에 남는 여운은 꽤 강한 편이고, 약간의 비린맛이 스쳐갑니다. 니트(스트레이트)로 마신다면 다소 자극적일 수 있어서, 단맛이 있는 다크 초콜릿이나 견과류 같은 안주와 함께 곁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라이저 크레이그 스몰배치 총평 - 리뷰 및 후기

평가 항목 점수 (5점 만점) 비고
향 (Nose) ★★★☆☆ 첫 향은 날카롭지만, 시간 지나면 부드러워짐
맛 (Palate) ★★★★☆ 스파이시하고 경쾌한 팔레트, 단맛은 다소 약함
피니시 ★★★★☆ 시큼하고 고소한 피니시, 여운은 생각보다 긴 편
가성비 ★★★☆☆ 세일가 기준이면 OK, 정가면 고민
재구매 의사 ★★★☆☆ 상황에 따라 다름. 특별히 끌리진 않지만 한 병쯤은


일라이저 크레이그 스몰배치는 병 디자인도 깔끔하고 고급진 느낌이 강해서, 선물용으로 되게 괜찮은 버번 입니다. 아무래도 요즘엔 술을 취할 때 까지 마시는 사람들 보단 가볍게 집에서 1잔씩 걸치는 사람이 많다 보니 굳이 선배나 직장상사분들이 아니더라도 지인들에게 가볍게 선물하기도 좋구요.


맛은 솔직히 스파이시함에 비해 묵직함은 없고 가벼운편입니다.

첫 향에서는 다소 날카로운 아세톤이 튀지만, 시간이 지나면 바닐라와 곡물의 고소한 향이 주도권을 잡습니다.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후추 같은 매운맛과 짧은 단맛, 그리고 시큼함이 섞인 피니시는 꽤 인상 깊었습니다. 끝에는 혀끝에 약간의 쓴맛과 시큼한 여운이 오래 남는데, 이걸 개성으로 느낄 수도 있으며 어정쩡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딱 가격만큼의 맛이라는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과하게 기대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구성이고, 특히 단맛보다는 스파이시하고 고소한 맛 위주인 버번을 선호한다면 꽤 잘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반면, 풍부한 향과 깊이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을 듯합니다. 


마셔보면 확실히 상위 라인업인 배럴 프루프 쪽이 왜 더 호평받는지 납득이 가기도 하고요. 정가 기준으로는 고민이 될 수 있으나, 세일가나 6만 원대라면 한 번쯤 마셔볼 만한 버번입니다. 

입문자보다는 살짝 경험이 쌓인 분들이 '가볍게 한 병 소장해볼까?' 할 때 고려하면 좋을 타입. 다만 개인 취향에 따라 만족도는 확연히 갈릴 수 있습니다.


일라이저 크레이그 스몰배치 추천 안주

안주 종류 어울리는 이유
카페인 중독 누텔라 생크림 와플 진한 단맛과 생크림의 느끼함이 버번의 매운맛과 고소함을 부드럽게 감싸줌
빵집에서 파는 크로플 바삭한 식감과 은은한 버터향이 고소한 팔레트와 조화로움
다크 초콜릿 씁쓸한 맛이 피니시의 시큼한 여운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짐
파리바게트 초코 브라우니 진한 단맛이 술의 스파이스함을 중화해줘서 부담이 줄어듦

일라이저 크레이그 라인의 특징 및 종류

꽤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서, 마셔보면 “아 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맛이 이런 거구나” 하고 감이 잡히는 구성이에요. 스몰배치는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형이에요. 딱 마셔보면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고르게 잘 섞인 느낌이라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타입이에요. 


스몰 배치에서 한 단계 위로 가면 ‘배럴 프루프’라는 녀석이 나옵니다. 

이건 같은 이름인데도 성격이 완전히 달라요. 도수가 보통 60도를 넘는 고도수 원액이 그대로 들어간 스타일이라, 향도 맛도 확 밀려옵니다. 이쪽은 단맛도 진하고, 스파이스도 세고, 입 안을 휘감는 느낌 자체가 다릅니다. 

마시면서 “아 이게 진짜네” 싶을 정도예요. 보통 한 해에 3번씩 릴리즈되고, 배치 넘버에 따라 맛 차이도 좀 있어서, 모으는 재미도 있는 라인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토스티드 배럴’이라는 제품도 꽤 보이더라고요.


이건 한 번 숙성한 술을 살짝 구운 오크통에 다시 옮겨 담아 풍미를 더한 제품인데, 전체적으로 좀 더 부드럽고 달콤한 쪽입니다. 스몰배치가 좀 밋밋하게 느껴졌다면, 토스티드 배럴 쪽이 입맛에 맞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배럴 프루프 라인에는 여전히 ‘12년’ 표기가 남아 있어서, 숙성감이 더 명확히 드러나는 편이에요.

전체적으로 보면, 일라이저 크레이그 라인은 오크, 스파이스, 바닐라를 중심으로 한 미국식 버번의 정석을 보여주는 브랜드고, 취향에 따라 무난하게도, 강렬하게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이 나뉘어 있는 게 큰 장점이에요.


일라이저 크레이그 주요 라인업 3종류

제품명 도수 스타일 특징 추천 포인트
Small Batch 47% 바닐라, 스파이스, 구운 오크, 캐러멜 무난한 가성비 기본형
Barrel Proof 60% 진한 바닐라, 흑설탕, 가죽, 체리, 오크 고도수 원액. 진한 풍미 원하는 분께 추천
Toasted Barrel 47% 달콤하고 부드러운 토피, 초콜릿, 마시멜로 노트 단맛 위주 버번 좋아하시면 만족도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