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루치아노 산드로네? 그냥 네임벨류로 가격만 비싼 와인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희 회사 선배님들한테도 물어보면 다들 바르톨로나 쥬세페 계열 추천하지, 산드로네는 "그 돈 주고 굳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가격만 보면 솔직히 좀 억지스러운 면도 있긴 합니다.
근데 그런 얘기 들으면 괜히 더 궁금해지는 거 아시죠? 저만 그래요? 괜히 더 마셔보고 싶어지는 거. 그래서 그냥 질렀습니다. 보스키스 15년 빈티지
그리고요. 첫 잔 마시자마자 바로 느꼈습니다. 이건 그냥 비싼 와인이 아니라 "쎈 놈"이구나.
간다하게 루치아노 산드로네 보스키스 15년 빈티지 테이스팅 후기를 적어본다면.
향은 생각보다 부드럽습니다. 진하게 졸인 체리랑 자두가 깔리고, 뒤따라 시가, 가죽 같은 묵직한 톤이 은근하게 피어오릅니다. 그런데 그 안에 은근히 단 냄새가 하나 껴있어요.
예전에 마셨던 브루노 지아코사가 스쳐 지나가긴 했는데, 이건 훨씬 더 세련되고 정제된 느낌. 산미도 예술입니다. 단맛과 산미가 입에서 부딪히지 않고 같이 흐르는데, 졸인 과일에서 나오는 찐득한 단맛이 산미 덕에 질리질 않아요.
타닌도 과하지 않고, 바디도 중간 정도라 그런지 보틀이 앉은 자리에서 그냥 사라집니다.
모던 바롤로의 상징 루치아노 산드로네 생산자가 가진 특징
루치아노 산드로네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전설적인 "마르케시 디 바롤로"에서 평범한 셀라(와이너리 작업장) 직원으로 경력을 시작했죠.
하지만 누구보다 집요하게 배우고, 끝내 피에몬테 중심부인 "까누비 언덕"에 자신의 첫 빈야드를 매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온 1989년산 "보스키스" 바롤로는, 오늘날까지도 피에몬테 와인 애호가 사이에서 회자되는 걸작으로 남았습니다.
1990년, 그는 자신만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독립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단순한 독립이 아닌, 바롤로 계열의 레드 와인의 새로운 페러다임의 출발점이 되죠.
고전적인 바롤로의 뼈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보다 정제되고 세련된 스타일을 완성한 그는 흔히 말하는 "모던 바롤로"의 정점으로 불리게 됩니다.
물론 모든 전문가가 산드로네를 최고로 평가하는 건 아닙니다.
벤저민 르윈의 생산자 등급에 따르면 그는 ★★ 등급, 즉 해당 산지의 특색을 잘 드러내는 생산자군에 속합니다. 가야(Gaja)나 브루노 지아코사 같은 ★★★★급 거장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일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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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 벤저민 르윈의 바롤로 생산자별 빈티지 차트 |
벤저민 르윈이 마스터 와인이긴해도 레드 와인같은 경우엔 개인적인 취향이 갈리는 산드로네를 너무 무시하지는 마세용!
어떤 생산자는 레이블 하나로 시장을 지배하지만, 산드로네는 매 빈티지마다 마시는 이의 인식을 깨뜨리며 와인의 정의를 갱신해왔습니다. 고급 와인 세계에서 "꾸준함"만큼 위험하고 또 대단한 미덕이 있을까요?
루치아노 산드로네의 추천 와인과 빈티지별 특징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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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와인 갤러리 |
루치아노 산드로네가 생산하는 와인은 그 수가 많진 않지만, 하나같이 정교하게 깎아낸 조각처럼 정제된 미감을 보여줍니다.
특히 바롤로 라인업인 칸누비 보스키스(Cannubi Boschis), 알레그리아니(Aleste), 그리고 가성비가 좋은 라인업인 레 비녜(Le Vigne)는 국내외 와인 애호가 사이에서 늘 회자되는 대표작입니다.
- Barolo Le Vigne (레 비녜)
- 특징: 여러 포도밭(크루)에서 수확한 네비올로를 블렌딩하여 만드는 와인
- 스타일: 구조감이 뛰어나며 빈티지에 따라 장기 숙성력이 좋음
- 추천 빈티지: 2010년, 2013년, 2016년, 2019년 → 이들 빈티지는 산드로네 특유의 균형미와 숙성 잠재력을 동시에 갖춘 해로 평가받습니다
- Barolo Aleste (알레그리아니, 이전 명칭: 칸누비 보스키스)
- 특징: 단일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바롤로
- 스타일: 보다 진하고 강건한 스타일. 첫 마디에 탄산처럼 튀는 산도보단 부드럽게 내려앉는 구조감이 인상적
- 추천 빈티지: 2008년, 2012년, 2016년, 2019년 → 특히 2016년은 현대적 감각과 고전미가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Valmaggiore Nebbiolo d’Alba (발마조레)
- 특징: 바롤로보다 접근성이 좋은 네비올로 단품 와인.
- 스타일: 좀 더 즉시음용용으로 만들어지지만, 산드로네 특유의 깔끔한 마무리는 동일하게 살아 있습니다.
- 추천 빈티지: 2020년, 2021년 → 비교적 최근 빈티지지만 밸런스가 좋고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평이 많습니다.
솔직히 루치아노가 호불호가 갈리고 다른 생산자들에 비해 가성비가 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했던 네비올로 레드 와인으로써 구할 수 있다면 저처럼 15년도 쪽 빈티지를 과감하게 구매하셔서 시음해보는걸 추천드립니다 ㅎㅎ
루치아노 산드로네 최신 vs 올드 빈티지 비교
최근 빈티지 (2015~2021년)
장점
- 장기숙성용이 아니라면 숙성이 덜 되어 있어도 마시기에 부담이 적고, 향과 구조가 부드럽게 열리는 편이다.
- 과일 향이 직선적으로 올라와 초심자도 쉽게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타닌이 부드럽고 정제된 스타일로, 모던 바롤로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기다.
- 기후 변화로 인해 대부분의 해가 안정적인 성숙도를 보이며 실패 확률이 낮다.
단점
- 구조적인 복잡성이나 긴 숙성 잠재력 면에서는 아쉬울 수 있다.
- 너무 이른 시음은 바롤로 고유의 깊이를 다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 숙성에 따른 극적인 변화보다는 현재 상태에서의 매력이 더 큰 경우가 많다.
옛날 빈티지 (1990~2005년)
장점
- 장기 숙성 후에만 드러나는 삼나무, 가죽, 트러플 등의 복합적인 향미가 매우 인상적이다.
- 시간에 따른 풍미의 진화 폭이 크고, 바롤로 특유의 클래식한 깊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 숙성된 네비올로의 전형적인 구조감을 확인할 수 있는 학습용 빈티지로도 적합하다.
단점
- 숙성 관리가 잘 안 된 병은 품질 편차가 클 수 있다.
- 개봉 직후에는 닫혀 있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에어링 또는 데캔팅이 필수다.
- 가격 대비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루치아노 바롤로 와인 빈티지별 추천 안주
빈티지 구간 | 와인의 스타일적 특징 | 추천 안주 | 페어링 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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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21 (최근) | 산뜻하고 과일향 중심, 타닌 부드럽고 산도 강조형 | 파파존스 가든스페셜 피자 (골드링 도우) | 상큼한 토마토, 올리브의 짠맛과 산도의 조화 |
2014~2017 | 구조감이 잡히기 시작하며 복합성도 올라오는 과도기형 스타일 | 카망베르 계열의 이탈리아 연성 치즈 | 부드러운 치즈의 크리미함과 산도·탄닌의 균형 |
2006~2013 | 숙성으로 인한 깊이와 복합 향미 존재, 타닌 둥글고 안정적 | 푸라닭 파불로 치킨 | 묵직한 풍미와 스파이스가 잘 어우러지는 중후한 조합 |
1990~2005 (올드) | 삼나무, 가죽, 트러플 등의 숙성 향미 뚜렷, 무게감 있는 클래식 바롤로 | 트러플 슬라이스나 살짝 짠 블루치즈 계열 | 복합적인 숙성 향과 고급 치즈의 짠맛이 깊이 있게 어우러짐 |
세상에는 단 1가지의 바롤로 와인만 존재하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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