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파클라스 12년 상세 이미지


위스키는 종종 그 사람의 취향을 반영한다고 하죠?

저는 오랫동안 놉크릭이나 에반 윌리엄스를 즐겨왔습니다.


스모키함에 바닐라 향이 진하게 어우러지는 그 무게감은, 제게 딱 맞는 '버번의 맛'이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위스키의 뿌리를 조금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위스키의 역사를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 면허를 가진 아일랜드의 부쉬밀즈 이야기도 알게 되었고, 스카치의 깊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죠.


그러다 문득, 이름은 익숙하지만 제대로 마셔본 적 없던 하나의 위스키가 떠올랐습니다. 


글렌파클라스 12년


달달한 꿀맛이 나는 아벨라워 12년산

"전통적인 스페이사이드 스타일", "가성비 좋은 쉐리 숙성" 글렌파클라스의 정수 같은 장점들이죠?

오늘은 그 글렌파클라스 12년을 직접 마셔보고 남기는 솔직한 테이스팅 노트와 리뷰를 적어보려 합니다. 


목차

글렌파클라스 12년 향, 맛, 피니쉬 - 테이스팅 노트

Glenfarclas 12y image



글렌파클라스 12년 향 – Nose 

강한 알코올 향이 먼저 치고 들어온다. 

스월링 시 눈이 따끔거릴 정도로 휘발성이 높게 느껴지며, 알코올 향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첫 향에서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청사과 야쿠르트의 상큼한 단향이 올라오며, 은은한 오크통 향이 그 뒤를 따라온다. 레드와인에서 자주 느끼는 건포도의 향보단... 와우껌에 가까운 인공적인 과일향이다.



글렌파클라스 12년 맛 – Palate 

입안에 퍼지는 첫맛은 셰리 캐스크 특유의 포도 계열 단맛이다. 

강한 인상을 주는 쉐리풍은 아니며, 물 탄 듯한 가벼움이 함께 느껴진다. 

맛의 밀도나 풍미는 글렌드로낙이나 맥캘란보다는 확실히 낮지만, 질감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중간부터는 알싸한 매운맛이 살짝 올라오고, 천천히 음미하면 은근한 오크의 풍미도 느껴진다. 스모키함은 없다.



글렌파클라스 12년 피니쉬 – Finish 

포도 껍질을 씹은 듯한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 남으며 서서히 사라진다. 

뒤로 갈수록 오크의 쌉싸름한 맛이 남아 어느 정도 여운을 준다. 지속 시간은 중간 정도이며, 부담스럽지 않게 깔끔하게 떨어진다.

글렌 파클라스 개인적인 후기 및 리뷰 + 가격정보



글렌파클라스 12년 리뷰 – 개인적인 후기

전체적인 느낌은 꾸덕한 셰리 느낌이 60%, 맑은 셰리 느낌이 40% 정도 섞인 인상이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풀 셰리 특유의 진하고 눅진한 풍미와는 거리가 있고, 그렇다고 블렌디드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얇은 셰리 향과도 다른 편이라고 해야 될까요?..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저평가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정도 까진 아니라 느껴지네요.



어느 쪽에도 확실히 치우치지 않은 절충적인 셰리 캐릭터라고 보면 무방할 것 같아요!

혀 위에 올라오는 첫맛도 향에서 느낀 그 단향 그대로 이어지며, 꿀 같은 달콤함이 살짝 스치며, 이후에는 몰트 특유의 고소함과 약간의 쓴맛이 뒤따르는 편입니다.



가격은 10만 원 내외로 형성되어 있으며, 1L 기준으로 보면 가성비는 애매한 편이죠.... 

셰리 캐스트 위스키로서 기본 정도는 해주는 맛이지만, 글렌드로낙이나 맥캘란 12년과 비교하면 풍미의 밀도나 깊이 면에서 확실히 뒤처지는 느낌이라 10만원 이상 주고 사기엔 아까운 라인업입니다.

리필 셰리 캐스크를 썼다는 점이 어느 정도 한계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며, 입문용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6.5만 원 이상 주고 다시 살만한지는 개인적으로는 의문입니다..

글렌파클라스 셰리 위스키 추천 안주

종류 추천 안주 어울리는 이유
군고구마류 고구마 말랭이, 삶은 밤 은은한 단맛이 글렌파클라스의 셰리향과 잘 맞고, 위스키의 몰트향도 깔끔하게 받쳐줌
튀김·스낵류 감자튀김(소금만 뿌린 것), 야채 고로케 기름진 풍미가 위스키의 단맛을 살려주고, 짭짤함이 알코올 감을 눌러줌
마른안주류 반건조 오징어, 구운 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씹는 맛이 있어서 위스키 마실 때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줌
과자류 감자칩(기본 맛), 쌀과자 단짠단짠한 맛이 단조로운 셰리 단맛에 변화를 줘서 질리지 않게 해줌

글렌파클라스 다른 셰리 위스키에 비해 저평가 되는 이유

리필 셰리 캐스크를 사용하다 보니 셰리 특유의 진하고 농밀한 풍미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입니다. 

글렌드로낙이나 맥캘란처럼 퍼스트필 셰리 캐스크에서 나오는 깊고 묵직한 셰리향과는 차이가 있어서 ‘가볍다’거나 ‘얇다’는 평을 받곤 합니다.


향과 맛이 비교적 단순하고 직선적이라 복잡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습니다. 

마실 때 크게 튀는 부분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반복해서 마시다 보면 깊은 인상을 남기기엔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1리터 기준 6만 원 후반대에서 7만 원 초반대 가격은 입문용 치고는 약간 높은 편이라 가성비 면에서 부담스럽게 느껴지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따라서 가격 대비 풍미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